입사한 이래로 거의 매일매일이 불안하다.
당장 내일의 업무를 잘 할 수 있을지, 시간 내에 해낼 수 있을지 너무너무너무너무 걱정된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 최소 1시간 - 2시간은 일찍 출근해 미리 할일을 정리하고,
퇴근하고 나서도 내일을 걱정하며 할 일을 정리하곤 한다. 까먹지 말자고 수도 없이 되뇌이면서.
뭐가 널 그렇게 괴롭혀? 한다면 그러는 건 없다.(그래서 더 미칠 지경)
대표님이나 같이 일하는 분들의 호흡이 빠르긴 하지만 빨리 하라고 타박하지도 않으시고,
이런 경우엔 이렇게 해야하지 않냐 하시긴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하시지 않는다.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같이 잘하자고 하는 말이지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란 것을 아주 잘알고 있다.
물론 내가 신입에 사회생활을 잘하는 캐릭터가 아닌지라 많이 버벅거리고 눈치도 없고 일하는 속도가 느리긴 하다.(원래 천성이 느린 편)
적절한 보고나 상황설명도 못한다. '이건 이렇게 하자'고 얘기한 것을 이해못하거나 까먹어서 나중에 또 설명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의문이 생기는 건 그때 그때 물어보고 파악해야하는데 아직 그 타이밍을 잡는 게 어렵다.
물론 처음부터 잘할 순 없고 내 단점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으니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도 항상 자괴감이 들고 움츠러들게 된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민폐만 끼치는 건 아닌지, 나말고 다른 사람이면 더 잘할 수 있겠지,
이런 찌질하디 찌질한 생각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사실 입사하고 3일째 되는 날,
이런 자신감에 대한 주제로 대표님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었다.
일이 익숙하지 않고 어려워서 실수하고 그 때문에 다른 분들께 피해를 끼칠까 무섭다고 말씀 드렸다.
대표님은 예전에 자신의 실수로 같이 일하는 분들이 엄청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고, 본인도 그 때문에 엄청 괴로웠지만 결국 깔끔하게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해주셨다.
물론 안다. 실수를 하거나 어떤 일을 잘 해내지 못했을 땐 빨리 털어버리고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을.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도 내가 너무 과거의 안좋은 일을 곱씹는 습관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맞다. 난 과거의 안좋았던 경험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면서 남들이 나를 안좋게 평가하고 쓸데없는 사람이라고 여길 거라는 생각의 무덤에 빠져버린다.
정신과 선생님의 말씀대로 사람들은 남의 단점에 집중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은데.
나도 너무 잘 아는 사실인데도, 쉴 새 없이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곤 한다.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을 한다.
난 왜 이렇게 불안해하지. 내가 일을 잘 하지 못해서 불안한 거겠지? 그런데 불안해하면 나만 힘들고 일 능률은 계속 떨어질 거고 나에게 좋을 게 없는데,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겠지?
의 끊임없는 반복..^^
이렇게 불안함이 계속되다보니 일의 속도가 늦춰지고 시각도 좁아지게 된다.
당장의 급한 일을 쳐내는 것만 하게 되고 보다 먼 곳, 넓은 곳은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입사 직후 불안함이 폭발했다가 어느 정도 지나서 괜찮아졌다가.. 다시 요즘 폭발하는 중.
이런 원인을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함을 증폭시키는 것도 같다.
그러면서도 '아니야! 내가 계속 불안함을 막연하게 괜찮아질 거라고 내버려둬서 그래!' 이런 생각도 들고..
참 예민하고 예민한 나자식..
이런 불안함은 사실 예전에도 겪어봤다.
내가 주방보조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일을 빠릿빠릿 잘 하지 못해 계속 혼나고 민폐를 끼쳐서 1분 1초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화장실 가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주말 아르바이트였는데, 일요일에 일이 끝나면 해방이라고 느낌과 동시에 바로 다음 주 주말이 걱정되었다.
난 왜 이렇게 민폐를 끼치고 도움이 되지 못하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다.
아르바이트인데도 30-40분 일찍 도착해서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
결국 노오력으로 일이 익숙해져서 잘하게 되었다!
였으면 좋으련만 나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3개월을 참다참다 그만두게 되었다. 도망치듯이.
그때도 사장님과 직원언니는 나를 정말 많이 걱정해주었다.
내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 씁쓸한 표정이란.
죄송스러우면서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하니 조금 더 편하시겠지. 생각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아주 조금 여유를 가지게 되었는데.
하루하루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그럼 지금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또 고민에 빠진다.
아니.. 고민하지 말라고!! 생각해보지만 이건 불가항력이다.
그래도 그 때보단 상황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역시 경험은 교훈도 주지만 지레 겁먹게 하기도 한다.
3일 쉬고 내일 출근하니까 또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에 힘이 빠지는 불안함이 엄습하길래,
인터넷에서 불안에 대해 검색하고 이런 저런 글을 읽고나서 글을 써본다.
난 미래가 뭐가 그리 불안할까..
불안에 대한 글을 읽고 나서 타파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지만 그를 내재시키는 것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그래도 글을 쓰다보니 조금은 불안함이 가신 것 같다.
이제 운동과 약간의 업무를 하고 나서 나를 달랜 후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기억보단 기록을 >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06-0711 :: 밋업,정신없었던 한 주.커뮤니케이션 능력 함양시키기. (0) | 2020.07.12 |
---|---|
200628 :: 오랜만에 쓰는 일기/카톡 소통 (0) | 2020.06.28 |
200511 - 200515 :: CS 해결, 이벤트 준비로 바쁜 한 주 (0) | 2020.05.17 |
200508 :: 첫 주의 마무리 (0) | 2020.05.10 |
200507 :: 실수할까 무섭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0) | 2020.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