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서평]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1) 우주와 인류의 시작


원래 팟캐스트는 잘 듣는 편이 아니었는데, 유일하게 꾸준히 들었던 게 지대넓얕이었다. 위트 있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재밌어서 수시로 듣고 다녔다. 지대넓얕 책 1,2는 당연히 재밌게 읽고 채사장의 다른 책도 읽어보았다. 오-랜만에 나온 지대넓얕 신작!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해서 열심히 읽었다. 그때 읽고 다시 한번 꺼내본 책.

1,2 후의 책인데 3가 아니고 0인 이유는, 지대넓얕에서 말하는 지식들의 근본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고대 이전 지식의 기원을 파헤침으로써 1,2 내용의 기본이 된다.
이 책에서 주로 말하는 소재는 '일원론'이다.

일원론이라 검색하면 어려운 말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쉽게 퉁치면 자아가 곧 세계라는 말이다.
채사장은 어려운 개념을 퉁치고 유머를 더해 쉽게 설명해준다. 간단한 수식, 그림이 더해져 보다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은 총 7장까지 있으며,
세계(시간적 구성) - 1,2장
세계와 자아의 관계(공간적 구성)
동양 - 3,4,5장 / 서양 6,7장
으로 구성되어 세계,세계와 자아의 관계를 다룬다.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거대 사상의 윤곽을 다듬어볼 수 있다. 고대의 위대한 스승과 함께 말이다.
서평도 세계/동양/서양으로 나누어 적어볼 예정이다.

- 목차 -

1. 우주 : 세계의 탄생
우주의 탄생 - 왜 인간은 우주를 이해하려 하는가
시간 이전의 시간 - 다중 우주와 평행 우주
우주 너머의 우주 - 우주가 여러 개라는 몇 가지 모델
차원에 대하여 - 0차원에 대한 상상
다중 우주론이 해결하는 문제 - 우주가 하필 지금의 모습인 이유
인간 중심 원리 - 우주의 존재 이유와 인간

2. 인류 : 인간과 문명
우리 우주의 시작 - 어떻게 빅뱅 이론을 증명했을까
빅뱅 이후의 역사 - 0초부터 138억 년까지
우리 우주의 크기 - 너무도 큰 공간 속 너무도 작은 존재
지구의 탄생 - 충돌과 동반자 그리고 지질 시대
생명의 탄생 -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진화에 대하여 - 진화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류의 탄생 - 각지로 퍼져나간 현생인류
문명의 탄생 - 세계 4대 문명과 인간의 삶
길가메시 서사시 - 인간에 대한 가장 오래된 보고서

3. 베다 : 우주와 자아
위대한 스승들 - 왜 그들은 축의 시대에 등장했는가
역사적 배경 -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절반
베다의 신화 - 신에 대한 세 가지 구분
일원론의 시작 - 고대 인도인이 찾은 궁극의 지혜
범아일여의 현대적 의미 - 자아, 세계 그리고 관계
사회적 영향 - 내면을 탐구하는 자들의 시대
우파니샤드의 문제 - 모든 종교가 갖게 되는 고민
바가바드 기타 - 세속과 탈속의 화해
힌두교의 세계관 - 인도 정신의 종합

4. 도가 : 도리와 덕성
역사적 배경 - 신화와 역사의 경계는 어디인가
노자의 생애와 사상 - 탈속의 철학자
도덕경의 내용 - 우주의 질서와 내면의 질서
노자와 공자의 만남 - 두 가지 삶의 태도
공자의 생애와 사상 - 세속의 철학자
논어의 내용 - 인간 사이의 실천 덕목
공자 이후 - 유학의 발전
공자와 노자의 차이 - 혼란을 멈추는 방법
외래 종교의 유입 - 불교의 등장
신유학의 세계관 - 일원론으로의 귀결

5. 불교 : 자아의 실체
역사적 배경 - 불교는 어떻게 아시아에 영향을 미쳤나
싯다르타의 생애와 사상 - 출가와 깨달음
붓다의 가르침 - 고통의 원인과 해결
불교와 베다의 차이 - 고정된 자아는 있는가, 없는가
붓다 이후의 불교 - 계승과 분열
불교 외연의 확장 - 소승불교와 대승불교
대승불교의 두 사상 - 중도와 의식
자아에 대한 두 가지 입장 - 진아와 무아

6. 철학 : 분열된 세계
이원론의 세계 - 왜 서양 철학은 한계에 봉착했는가
역사적 배경 - 유럽의 정신, 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 - 협력과 대립, 두 번의 전쟁
소크라테스의 생애와 사상 - 사유하는 인간
플라톤과 이데아론 - 이원론의 시작
동양의 세계관과 서양의 세계관 - 인류라는 거인의 우뇌와 좌뇌
관념론의 의미 - 눈앞의 세계는 진짜인가
칸트의 생애와 사상 - 외부 세계를 내면 세계로
철학사적 배경 - 인식론의 고민과 칸트의 답변
칸트 이후의 현상학 - 이원론에서 일원론으로
세계의 실체 -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

7. 기독교 : 교리와 신비
서양 사상의 두 토대 - 어떻게 서로 다른 사상이 공존했는가
역사적 배경 - 다시 등장하는 그리스인
로마 제국 -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
로마 제국 변방의 유대 지역 - 유대인의 파란만장한 역사
예수의 생애와 사상 - 출가와 죽음 그리고 부활
예수의 두 가지 의미 - 역사로서의 예수, 초월로서의 예수
기독교의 탄생 - 세계 종교가 된 이유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의 융합 - 세계관의 공유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일원론의 가능성




준비 운동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두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하나는 '세계의 구조화', 다른 하나는 '판단중지'이다.

세계의 구조화란,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으로, 세계를 추상화해서 단순하게 바라보는 과정을 말한다. 하나하나의 세부사항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에 따라 수많은 개체들을 분류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자아'와 '세계'로 나누어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판단중지란, 세계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선입견을 멈추는 태도를 말한다. 색안경을 벗는 것이다. 그 색안경은 기독교일 수도 있고 자본주의일 수도 있다. 물론 사람이라면 이러한 색안경을 인식하고 완전히 벗어버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색안경이 하나의 편견과 선입견일 수 있다는 걸 의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 우리 눈앞의 세계, 자아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한다면 판단중지를 시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위대한 스승들은 자아와 세계를 깊이 탐구했고,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자아와 세계는 하나다."
전혀 다르게 보이는 두 존재, 자아와 세계가 실은 근원에서 하나라는 일원론인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이해하기 위한 논리의 도약을 마련해준다.



1장 : 우주 - 세계의 탄생

- 우주의 탄생 : 왜 인간은 우주를 이해하려 하는가

종교는 특유의 선입견과 편견으로 과학을 왜곡하고 억압하지만, 과학 역시 종교에 대한 견제가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일반적인 특성을 알아볼 수 있다. 과학자든 종교인이든, 혹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든 자신의 방식대로 우주의 시작, 우주의 의미를 상상하고 이해해보려고 한다. 이에 대한 이유를 가장 심오하고 초월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럴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자기반성 과정이다" 자기반성은 스스로와 대면하는 사유 과정을 말한다. 마치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유의 출발점이자, 최소 조건이 된다. 사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 대상으로 마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주는 존재 그 자체로서 그저 존재하고만 있을 뿐, 결코 스스로의 존재를 마주할 수 없기에 자기반성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주가 자기 안에 우주에 대해 사유하는 존재, 즉 인간을 잉태함으로써 변화가 시작되었다. 인간으로 인해 우주는 비로소 자기반성의 사유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사유가 도달한 시간의 극단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빅뱅 이전의 시간, '시간 이전의 시간'에 대해 말이다.

- 시간 이전의 시간 : 다중 우주와 평행 우주


‘빅뱅으로 우주가 생겨난 거라면, 그 전엔 뭐가 있었지?’ 생각할 수 있지만, 빅뱅이 시간의 시작이라면 시간 이전에 대해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과학적 성과에 따르면 아무래도 우주는 시간적으로 빅뱅을 앞서 있고, 공간적으로 여러 우주와 중첩해서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러한 우주론을 다중 우주론이라 한다. 아직은 정상과학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지 않았지만, 다중 우주론에 대한 탐구는 최근에 이르러 심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중 우주란?
다중 우주론은 우리 우주가 유일하고 독립적인 하나의 우주인 유니버스(Universe)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의 다수 우주인 멀티버스(Multiverse)로 존재한다는 우주관이다.
평행 우주론은 다중 우주론의 하위 개념이다.
다중 우주론은 상상조차 잘 되지 않는 개념이기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했는데, 유튜브 '1분 과학'의 영상을 보고 그~나마 이해가 되었다. 물론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x4Btgurexb4

 

- 우주 너머의 우주 : 우주가 여러 개라는 몇 가지 모델


다중 우주론은 다음 네 가지 모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Level 1 : 우리 우주의 지평선 너머의 영역
첫 번째 다중 우주론 모델은 우리 우주를 넘어선 영역을 또 다른 우주로 인정하는 입장이다. 우주의 기본 상태는 급팽창의 상태이며, 이를 영원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이 인플레이션의 속도는 점차 가속되고, 결국 시공간의 팽창은 빛과 물질의 팽창 속도를 넘어서서 우리가 결코 관측할 수 없는 영역을 만들어낸다. 이 영역이 레벨 1의 다중우주다.

Level 2 : 급팽창 이후의 다른 거품들
비눗방울이 뽀글뽀글 생긴 모양을 상상하면 된다. 레벨 1의 완벽히 텅 빈 시공간의 표면에서 양자 요동이 발생하고, 순간적으로 물질과 반물질의 쌍이 생성되었다가 소멸된다. 이때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이 균형을 어긋나게 하면서 물질이 발생한다. 수많은 우주가 이런 식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Level 3 : 양자 물리학의 많은 세계
슈뢰딩거의 고양이 가설에서 파생되는 우주론으로, 관찰자의 의식이 미시 세계의 유의미한 사건에 영향을 미쳐 수많은 우주로 분화되는 다중 우주 모형이다. 관찰자의 존재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유력한 가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evel 4 : 다른 수학적 구조들
우주의 실체가 수학이며 수학적으로 가능한 모든 상태의 우주가 존재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또 다른 다중 우주 모델 : 브레인 우주론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이자 브레인 우주론의 선구자인 리사 랜들은 사람들에게 브레인 우주론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든다. "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의 우주의 모습은 5차원의 샤워 커튼에 매달린 물방울과 같다."

- 차원에 대하여 : 0차원에 대한 상상


우리의 세계는 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는 추가 차원이 있다. 시간, 공간을 각각 1차원씩 더한 세상에 사는 존재라면, 우리의 탄생과 죽음, 내면과 외면이 동시에 보일 것이다. 그럼 0차원은 어떨까? 좌표축이 0인 이 세계는 가로, 세로, 높이가 없고 시간의 차원도 없다. 그저 시간과 무관한 그저 '점'의 세계이다. 그렇다면 그 점은 세계 그 자체일 것이다. '세계는 나다. 나는 세계다.' 그는 진정 한 의미의 일원론적 존재일 것이다.

- 다중 우주론이 해결하는 문제 : 우주가 하필 지금의 모습인 이유


실제로 관측되지 않는 다중 우주를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탐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왜 우리 우주가 다른 모습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인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 거대한 우주는 인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는 듯하다. 이 정도면 어떤 존재가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 우주가 수많은 우주 중 하나라면, 이는 하나의 경우의 수가 된다.

- 인간 중심 원리 : 우주의 존재 이유와 인간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하필이면 이러한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가? 이를 인간의 존재로부터 역으로 추론하는 설명 방식이 인간 중심 원리이다. 어쩌면 우리 우주는 우리가 이곳에서 눈떴기에 비로소 존재론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2장 : 인류 - 인간과 문명

- 우리 우주의 시작 : 어떻게 빅뱅 이론을 증명했을까


빅뱅 이론은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천체가 적색편이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색편이 현상 - 관측자를 기준으로 멀어지는 물체의 색깔이 조금 더 붉게 보이는 현상) 수많은 천체는 어떤 예외도 없이 모두 적색편이만 보이고 있었으며,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일수록 적색편이는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우주 전체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만약 지구가 점차 팽창하고 있는 거라면, 시간을 뒤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0의 시간에 이르면 우리 우주 전체는 아주 작은 공간 안에 극도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폭발과 함께 급격히 팽창을 시작했고, 밀도가 낮아짐에 따라 점차 식어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2장에서는 0의 시간인 빅뱅부터 문명 탄생 전까지, 138억 년 동안의 시간을 다룬다.

- 빅뱅 이후의 역사 : 0초부터 138억 년까지


우주 탄생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쪼개 보면 이렇게 나눌 수 있다.
1초 - 0이었던 시공간이 1초 동안 팽창한 기간
3분 - 우주의 대폭발 핵합성
38만 년 - 계속되는 우주의 팽창
4억 년 - 암흑시대
138억 년 - 천체들의 발달
0이었던 시공간은 대폭발로 팽창했고, 온도와 밀도는 점점 내려갔다. 영겁의 사간을 거쳐 우리가 아는 우주가 만들어졌고, 인간이 태어나 문명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 우리 우주의 크기 : 너무도 큰 공간 속 너무도 작은 존재


우리 우주를 시간적 측면에서 알아보았으니 공간적 측면에서 살펴볼 시간이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변두리에 위치해있다. 이 태양계는 은하 중심을 기준으로 한 바퀴 도는 데 2억 5천만 년 정도가 걸린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은하 안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1천만 개에서 100조 개 정도 모여 있다. 또 우리 은하는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인 은하단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은하단은 다시 100여 개가 모여 초은하단을 이룬다. 초은하단은 아직까지 인류가 찾아낸 우주의 가장 거대한 구조물이다. 초은하단은 빈대떡 모양으로, 지름이 약 1억 5천만 광년이고 두께는 약 1천만 광년에 이른다. 이러한 초은하단은 우리 우주에 대략 1000만 개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우리는 우주를 쉽게 말하지만, 우주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거대하다. 하지만 이런 우주도 단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일무이한 유니버스가 아닌, 초월적 시공간에 무수히 존재하는 멀티버스의 일부분일 뿐이다.


태양=항성=별 < 은하 < 은하단 < 초은하단 < 우주

이러한 초월적 거대함 앞에서 내 일상의 사소함은 너무도 하찮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도 거대한 우주 속에서 너무나도 작은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오직 우리 안에 거대한 우주가 담겨 있고 그것을 담아낸 자가 바로 우리였음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텅 빈 우주를 지켜보고 가치를 부여하는 존재는 외부의 무엇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 지구의 탄생 : 충돌과 동반자 그리고 지질 시대


빅뱅 이후 92억 년이 지났을 무렵, 우리 은하의 변두리에 위치한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으로 지구가 탄생했다. 원시 지구는 매우 뜨겁고 물질이 끓고 있는 상태였다. 이 지구는 미행성과의 충돌 이후 식어가며 점차 안정되어갔다. 지구가 안정된 이후의 역사를 지질 시대라고 한다. 지구 탄생 8억 년 후부터 인류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38억 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누대’는 지질 시대를 구분하는 단위 중에서 가장 큰 단위인데, 보통 은생누대와 현생 누대로 나눈다. 이 두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화석의 발견 여부이다. 은생누대와 현생누대로 지질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기에 명왕 누대를 포함하기도 한다. 가장 앞서 있는 시기로, 지구 탄생 직후부터 은생누대 이전의 시기를 말한다. 생명체는 고사하고 돌과 화석 등 어떠한 지질학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시대다.


명왕 누대는 지구 탄생 직후인 45억 년 전부터 38억 년 전까지의 시대다. 이때엔 불타는 것들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지구는 뜨거웠고 화산 활동이 활발했다.
은생누대는 38억 년 전부터 5억 7천만 년 전까지의 시대다. 오늘날 이 시대의 암석은 발견되지만, 그 안에서 생물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거의 텅 비어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생명체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시적인 형태의 생명체는 은생누대 거의 초기부터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테리아가 번성하며 산소를 생산했고, 지구의 열기는 차츰 식어가며 대기에는 구름이 형성되었다. 비가 내리고 거대한 바다가 만들어졌고, 이 바닷속에서 생명체가 점차 진화했다. 몇 차례의 빙하기가 지나간 후, 지금으로부터 6억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안정적으로 온화한 기후가 이어졌다. 이제 생명들이 번성하는 현생 누대가 찾아온 것이다.

- 생명의 탄생 :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지금으로부터 38억 년 전,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이 등장했다. 자신의 정보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이 존재의 발생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화학적 진화론이 제시되었다. 이에 따르면 원시 지구의 환경에서 무기물이 유기물로 합성되었고, 이 유기물로부터 원시 세포가 단계적으로 발생하며 생명이 탄생했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매우 상식적이고 탈신비적이라는 장점을 가졌으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한계가 있다. 유기물에서 어떻게 생명으로의 도약이 가능한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점, 그리고 생명을 물질적 현상으로 환원함으로써 생명에 대한 논의를 너무도 단순화했다는 점에 있었다.


- 진화에 대하여 : 진화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진화론의 세계관은 지역, 문화, 종교를 넘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진화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진화에 대한 대표적인 두 가지 오해는 다음과 같다.

1. 환경에 적응하면서 획득한 형질이 후손에게 유전된다고 생각하는 오해.

2. 진화가 선형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오해

 

오해 1 : 획득 형질의 유전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기린의 목이 긴 것은 높이 있는 먹이를 먹으려고 오랜 시간 노력했기 때문이야. 이것이 진화가 이루어지는 방식이지." 하지만 이는 진화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다. 하체 근육을 발달시킨 운동선수가 아이를 낳는다고 아이의 하체 근육이 발달된 상태로 태어나지 않는 것과 같다.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이러할 것이다. 기린은 아카시아 잎을 주식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후의 변화로 아카시아 잎이 부족하게 되었고, 그 결과 비교적 목이 짧았던 기린들은 굶주림에 시달려 번식의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반대로 목이 길었던 기린들은 경쟁이 적은 높은 곳의 나뭇잎을 먹을 수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영양 상태가 좋았고, 번식의 기회를 얻었다. 이들의 후손도 그랬을 것이고 계속된 환경의 변화는 이 종의 변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지금의 기린이 탄생한 것이다.

 

오해 2 : 진화에 대한 선형적 이미지

진화론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진화를 선형적인 발전의 모형으로 상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시적인 박테리아가 어류와 양서류가 되었고, 이후에 파충류와 포유류가 생겨났고, 마지막에 이르러 유인원과 현대 인류가 진화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화는 이렇게 선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방사형으로 확산되는 것에 가깝다.

은생누대에 발생한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인 LUCA에서 시작되어, 마인드맵을 이리저리 그려가는 것처럼 다양한 생물이 각자의 줄기에서 탄생하고 진화한 것이다.


- 인류의 탄생 : 각지로 퍼져나간 현생인류

 

가장 오래되고 원시적인 인류인 원인(猿人, ape-man)은 지금으로부터 300만 년 전에 등장하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대표되는 이들은 50만 년 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 서식했다.

150만 년 전, 두 번째 인류인 원인(原人, proto-man)이 등장했다. 이들에 이르러 직립 자세가 거의 완성되었기에 '직립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에렉투스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20만 년 전에는 세 번째 인류인 구인(舊人, paleanthropic)이 등장했다. 네안테르탈렌시스, 로디지아인, 솔로인 등이 이에 속하고 신인인 호모 사피엔스의 계통으로 추정되는 프레사피엔스도 이때 생존했을 것으로 본다. 이들은 3만 년 전 무렵까지 지구상에 번성하며 뛰어난 석기 문화를 발전시켰으나, 이후 빠르게 사라졌다.

4만 년 전에는 인류의 최종 단계인 신인(新人)이 등장했다. 이들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했다. 주로 강이나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며 곳곳에 정착했다.


- 문명의 탄생 : 세계 4대 문명과 인간의 삶

 

세계 4대 문명 혹은 문명의 요람이라 불리는 이 지역들은 지금으로부터 7천 년 전 무렵부터 세계 각지에서 등장했다. 서쪽부터 차례로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으로 불린다. 이들은 모두 청동기 문명이었고, 문자를 사용했으며, 거대한 도시국가를 발전시켰다. 지리적으로는 커다란 강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지금으로부터 7천 년 전에 존재했다. 7천 년 전 무렵, 수메르인이 이 지역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원주민과 섞이며 장착했다. 수메르인들은 문자를 사용했고, 저수지를 만들어 강의 범람을 막았으며, 하늘의 신과 지상을 연결하기 위한 거대 건축물인 지구라트를 각 도시에 건설했다. <구약> 성서의 바벨탑이 바빌론에 있었던 지구라트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집트 문명은 5천 년 전, 나일강 하류에서 시작되었다. 이집트는 사막과 바다로 둘러쌰여 있었던 까닭에 외부의 침입 없이 2000년 동안 고유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나일강은 해마다 규칙적인 범람을 일으켰는데, 이는 상류의 비옥한 퇴적물을 하류로 운반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주기적인 범람과 복구는 기하학과 천문학 그리고 건축술이 발달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인더스 문명은 5천년 전, 인더스강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이 강은 인도 북부에서 시작해서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가는데, 강줄기를 따라 많은 도시의 흔적과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인더스 문명은 다양한 종족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보였으나, 지금으로 4천 년 전 무렵 서쪽으로부터 들어온 아리아인에 의해 멸망했다. 아리아닌은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정착하여 자신들의 종교적, 철학적 경전인 <베다>를 전파했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황하 문명은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 무렵에 성립되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조와 수수를 재배했고 개나 돼지 등 가축을 사육했다. 작은 촌락과 마을 중에는 도시국가로 성장하는 지역도 있었다. 가장 오래된 왕조는 전설 속의 하(夏) 왕조로, 황하 문명 초기에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길가메시 서사시 : 인간에 대한 가장 오래된 보고서

 

길사메시 서사시는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쓰인 인류 최초의 고전이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수메르 시대 이전인 우룩 시기다. 우룩의 왕 길가메시의 모험과 여정을 열두 편의 시로 기록한 문서다. 5천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권력, 부귀, 영원에 대한 욕망과 이와 함께 엄습하는 늙고, 낡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회한. 오늘날 우리의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비친다. 신과 영웅의 화려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만하고 좌절하고 두려워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다. 고대인이든 현대인이든, 인간이라는 존재의 보편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슬픔과 고민에 대한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을 3장부터 살펴볼 것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등장인물 및 줄거리는 책에도 담겨있지만, 팟캐스트 지대넓얕 '길가메시 서사시'편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만해하다가 좌절하고 허탕 치고 고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져 안타까우면서도 흥미롭다.

 

 


 

지대넓얕 제로의 1,2장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가 많아 몇 번을 읽어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상당히 헤맸지만.. 최대한 나의 선입견/편견을 지우고 있는 그대로를 이해해보고자 노력했다. 우주의 탄생, 크기에 대해 알아볼수록 공포감이 느껴지면서도, 이를 조금씩 알아가고 발견해가고 있는 인간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쌓인 인류의 지혜를 알아가는 것이 기쁘다.